selfStandup.com
책 '시간지도'를 읽고 만든 서비스, SelfStandup.com
주말에 글을 올렸듯, <시간지도>라는 책을 읽었고 그중 가장 반성한 것이 하나 있다.
머릿속 계획은 계획이 아니다. 쓰지 않으면 각인되지 않는다.
퇴사 후 혼자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니 가장 큰 적은 ‘막연함’이었다.
그래서 그 막연함에 대응하고자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셀프 스탠드업 미팅을 했다.
어제는 뭘 했는지 정리하고, 오늘의 할 일은 무엇이며,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의 총량이 얼마인지, 그리고 우선순위는 어떻게 되는지를 한 번 리마인드하려고.
하지만 한 달이 넘게 이걸 진행해 본 결과, 결국은 또 머릿속으로만 미팅 결과를 적었다.
도구가 문제였다.
기존에 나와 있는 도구들은 뭔가… 셀프 스탠드업 “미팅”의 취지와는 맞지 않았다.
너무 간단하거나, 너무 복잡했다.
결국은 모두 “기록”에 중점을 둔 툴이니까.
- Jira: 프로젝트 관리는 GOAT다. 하지만 아침 계획을 관리하는데 쓰기는 오버 엔지니어링이다. 티켓 하나 생성하고 상태 변경하는 데 드는 공수가 실제 계획을 실행하는 것보다 피곤하게 느껴진다. ‘관리’가 목적이 아니라 ‘실행’이 목적인데 말이다.
- Notion/Excel: 기능은 훌륭하지만, 매일 아침 그 복잡한 셀과 데이터베이스를 마주하는 건 피곤하다. 계획을 세우는 데 10분 이상 쓰고 싶지 않다.
- Sticky Notes (윈도우 메모): 가장 가볍고 빠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폼이 안 난다’.
“결국은 기록이 아닌, 진짜 본인과 미팅을 하는 느낌이지만 아주 간단하게… 그렇지만 또 아주 간지나게 만들고 싶다.”
이 모순적이고 게으른 니즈를 충족시켜 줄 서비스가 없었다.
그래서 직접 만들었다.
이름하여 SelfStandup.com 이다.
입력 서식(Form)이 아니라, 대화(Process)다
기존의 ToDo 리스트가 실패하는 이유는 입력창이기 때문이다.
빈 칸을 보고 있으면 “아, 채워 넣어야지”라는 숙제 같은 느낌이 든다. 그건 ‘기록’이지 ‘미팅’이 아니다.
그래서 SelfStandup.com은 UI를 철저하게 Step-by-step 방식으로 설계했다.
한 화면에 입력창이 널려 있는 게 아니라, 가상의 CTO가 나에게 하나씩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 “어제 하려고 했던 건 다 했어?”
- “오늘 컨디션은 몇 점이야?”
- “그래서 오늘 뭐 할 거야?”
사용자는 그 질문에 답만 하면 된다.
단순한 채팅 UI(Chat UI)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핵심은 능동적인 사고를 유도한다는 점이다.
질문에 답을 하며 뇌가 예열되고, 자연스럽게 오늘 하루의 흐름이 잡힌다.
이게 내가 원했던 진짜 미팅의 느낌이다.
가벼워야 하지만, 없어 보이면 안 된다
서비스명은 SelfStandup.com으로 정했다.
개발자 국룰인 .io 도메인을 고민했으나, 매년 나가는 갱신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com보다 일단 3배 이상 가격이 차이났다.
다행히 .com도 비어 있었고, 오히려 더 근본있어 보일 수 있는 거 같아서, 나름 괜찮다.
디자인 철학은 Simple & Cool이다.
거창한 차트나 통계 기능은 다 뺐다. 하지만 다크 모드 기반의 타이포그래피와 인터랙션에는 공을 들였다.
윈도우 메모장에 끄적거릴 때 느껴지는 그 ‘짜치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아침 3분, 이 화면을 보고 있으면 “나 좀 체계적으로 일하고 있네”라는 자기효능감이 들어야 하니까.
기술적 의사결정: 비즈니스를 위한 효율
내 서비스가 곧 내 포트폴리오가 되는 1인 개발자 특성상, 기술 스택은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돈은 아껴야 한다.
- Next.js 14 (App Router): 글로벌 확장을 염두에 두고
i18n(다국어 처리) 설정을 미리 해두었다. - DB (AWS RDS): 여기서 비용 효율을 챙겼다. 새로 DB 인스턴스를 띄우면 돈이 나가지만, 기존에 운영하던 서비스의 RDS에 테이블만 추가했다. 셋방살이 전략으로 백엔드 비용은 ‘0원’이다.
- UX (Keyboard First): 데스크탑에서는 마우스에 손이 가는 순간 흐름이 끊긴다. 엔터 키 하나로 질의응답이 끝나도록 설계했다. 반대로 모바일에서는 엄지손가락 동선을 고려했다.
4. 마치며: Mapping을 위한 도구
오늘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Die Empty 라는 책을 다루는 영상에서 일의 단계를 **Mapping(계획), Making(실행), Meshing(재충전)**으로 나누는 것을 보았다.
그동안 나는 지도를 그리는 Mapping 단계를 머리 속으로만 하고, 무작정 코드를 짜는 Making에만 몰두해 왔다.
그러니 매일이 막막하고 불안했던 것이다.
SelfStandup.com은 거창한 도구가 아니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빈 칸 채우기’ 놀이가 아니라, 나 자신과의 스탠드업 미팅을 가능하게 해 준다.
매일 아침 3분, 가상의 CTO가 던지는 질문에 답하며 오늘 하루의 지도를 그려본다면,
확실히 메모장에 적는 것보다는 폼도 나고 머리도 맑아질 것이다.
마침.
다른 글 보기
RHCSA 1일차
RHCSA를 따보자.
코딩 종말?, 앤드류 응이 내게 건넨 확신
내가 느꼈던 Cursor의 죄책감과 가트너의 경고. 앤드류 응의 강연이 나의 지난 1년을 증명해주었다.
속도를 주고, 메모리를 취한다. Swap Memory
램 1GB짜리 마이크로 인스턴스에서 뭐 좀 해보려다 혈압 올라서 작성한 가난한 서버를 위한 심폐소생술.
시간 관리는 생존이다. '시간지도'를 읽고...
왜 시간은 많아졌는데, 생산성은 더 떨어졌지?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이제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