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종말?, 앤드류 응이 내게 건넨 확신

내가 느꼈던 Cursor의 죄책감과 가트너의 경고. 앤드류 응의 강연이 나의 지난 1년을 증명해주었다.

Jun Noh

아침 공부를 끝내고, 새 프로젝트의 엔드포인트 명세를 작성하려던 참이었다.

언제나 문서 작업이 세상에서 제일 지루하다.

그래서 BGM을 찾으러 유튜브를 켰는데, 알고리즘이 기가 막히게 썸네일 하나를 던져주었다.

코딩 종말(Coding is Dead): 앤드류 응(Andrew Ng) 교수가 말하는 AI 시대 개발자의 생존 전략.

나는 개발 유튜브 자체를 잘 안보는 편이라… 평소 같았으면 그냥 넘겼겠지만, 이번엔 손이 멈칫했다.

화면 속 썸네일이 마치 지난달 블로그에 썼던 내 글들의 제목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Cursor가 가져다준 찝찝함’, ‘책을 버린 이유’… 내가 밤잠 설치며 했던 그 고민들을, AI 석학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일이고 뭐고, 홀린 듯 영상을 클릭했다.

방향은 맞다. 그리고 굳이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영상 속 앤드류 응 교수는 말했다.

“AI에게 코딩은 이제 거대한 바위가 아니라, 깃털을 옮기는 일과 같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작년 말 Cursor를 처음 쓰며 느꼈던 묘한 **‘죄책감’**이 떠올랐다.

당시 나는 이렇게 적었었다.

밀키트를 뜯어 붓기만 했는데 미슐랭 셰프가 된 기분이다. 내가 생각의 근육이 빠진 ‘물살 개발자’가 되는 건 아닐까?

나는 코딩이 너무 쉬워진 것을 경계했다.

‘삽질’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찬 편리함이, 나의 개발자로서의 수명을 갉아먹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앤드류 응의 강연을 보며 깨달았다.

내가 틀렸다.

이건 ‘근육의 퇴화’가 아니라 도구의 진화였다.

교수는 인간이 70일마다 두 배씩 성장하는 AI의 코딩 속도를 따라잡으려 애쓰는 건 무의미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바위는 기계가 들게 두는 게 맞다.

내가 고민해야 했던 건 ‘내 근육이 말랑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이 가벼워진 깃털로 무엇을 만들 것인가였다.

나의 불안은 정당했지만, 죄책감은 불필요했다.

‘감독관’을 넘어 ‘창조자’로

강연의 핵심은 병목 구간이 ‘구현’에서 ‘결정’으로 이동했다는 것이었다.

1:8의 비율(PM:Dev)이 무너지고, 1:1 혹은 역전의 시대가 온다는 예언.

이 대목에서 지난달 가트너 보고서를 읽고 썼던 글이 오버랩되었다.

그때 나는 살기 위해 감독관이 되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AI가 짠 코드를 검증하고, 보안 구멍을 막는 깐깐한 관리자.

하지만 오늘 영상을 보며 내 생각이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함을 느꼈다.

앤드류 응은 단순히 코드를 검사하는 감독관에 머물지 말고, 프로덕트 엔지니어가 되라고 주문한다.

감독관은 여전히 ‘코드’를 바라보는 사람이지만, 프로덕트 엔지니어는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내가 회사를 나와 1인 개발자가 된 선택은, 돌이켜보니 본능적인 생존 전략이었다.

누군가 시켜줘서 되는 시니어가 아니라, 내 서비스를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싸우는 실전형 시니어.

그때의 다짐이 앤드류 응의 논리와 정확히 맞물리는 순간,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코딩 공부하지마라

“넷플릭스 볼 시간에 에이전트를 만들어라.”

“지독하게 열심히 일하라.”

그의 투박한 조언은 내가 책장에 쌓인 개발 서적들을 정리하며 했던 생각을 확신으로 바꿔주었다.

나는 책 속의 죽은 지식이 아니라, 내 몸으로 부딪히는 고유 데이터만이 살길이라 믿었다.

AI는 이미 세상의 모든 책을 읽었지만, 내가 오늘 겪은 서버 장애와 고객의 클레임은 아직 학습하지 못했으니까.

앤드류 응은 내게 말하는 듯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책 덮고 그냥 만들어. 네가 안 만들면 아무도 안 만들어.”

그는 내가 AI를 R&D센터로 정의했던 것과 정확히 같은 맥락에서, AI 에이전트를 도구가 아닌 동료로 대하라고 조언했다.

다시, 시작이다

영상이 끝났다.

지난 몇 달간 나를 괴롭혔던 ‘이 길이 맞나?‘라는 의구심이 걷히는 기분이다.

나는 코딩이 쉬워진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환호했어야 했다.

구현의 비용이 0이 되었다는 건, 내 상상이 현실이 되는 비용도 0이 되었다는 뜻이니까.

지난달의 나는 Cursor가 짜준 코드를 보며 “내가 짠 게 맞나?”라고 자문했다.

하지만 내일의 나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이 코드로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가?

화면 속 앤드류 응 교수가 웃고 있다.

참고 내용

AI 시대, 나는 더 이상 코드를 공부하지 않는다.

코딩의 고뇌가 사라진 시대: 나는 개발자가 맞는가?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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