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ill-me 10일 후기
귀찮은데, 구현 방향을 잡기에는 굽는게 최고다.
월초에 mattpocock/skills를 설치하고 정리하면서 써보고 후기도 작성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근데 뭐, 사실 새 프로젝트를 시작하는것도 아니고 인스펙터도 따로 쓰고 있어서 실제로 쓴 기능은 grill-me 하나 정도이다.
그래서 오늘은 grill-me 를 열흘정도 쓴 후기를 써보려고 한다. (주말이기도 하고, 새 공부는 싫어서..ㅋㅋ)
특히 유지보수보다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데 많이 썼는데, 이게 의외로… 내가 처음부터 머리 아프게 기획하고, 그 기획 방향을 프롬프트에 싹 설명하는 것 보다는 그냥 툭 “이런 기능 추가할까 생각 중인데, grill-me 돌려봐” 라고 하면, 알아서 구현의 방향을 질문을 미친듯이 하면서 정한다.
이게 좋은게, 질문에 답을 하면서 중간 중간에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들까지 다 정리가 되니까 처음부터 혼자 기획 방향을 고민했을 때보다 훨씬 디테일이 살고, 구멍이 없는 기획이 나온다.
방금 받은 15개
오늘 주주에 “홍보용 SNS 페이지” 새로 만들면서 /grill-me 한 번 돌렸다.
인풋은 두세 줄짜리 “퀴즈 + 결과 페이지 만들고 싶다” 였다.
받은 질문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Q1. 이 페이지의 "성공" 을 무엇으로 측정할 건가요? (KPI)
Q2. 퀴즈를 "zuZOO 챗봇 대화" 형식으로 갈까요, 일반 "설문 폼" 으로 갈까요?
Q3. 결과 등급 분포는 어떻게 설계할까요? — 다 좋게 / 정직하게
Q4. 퀴즈 분량은 몇 문항으로 갈까요?
Q5. 점수 공식의 backbone 을 어떤 모델로 짤까요?
Q6. 발행주식수 (totalShares) 를 어떻게 결정할까요?
Q7. 결과 카드에 "또래 비교" 요소를 넣을까요?
Q8. 공유 채널은 어떤 것까지 지원할까요?
Q9. Serverless function 을 Azure Functions 로 갈까요, Vercel Edge 로 갈까요?
Q10. 결과 URL 코드 형식은?
Q11. 결과 페이지 CTA 위계 — "지금 출근하기" vs "친구한테 공유" 어느 게 위에 갈까요?
Q12. 본인(방금 푼 사람) vs 방문자(공유 받고 들어온 사람) 페이지를 다르게 할까요?
Q13. 결과 카드의 "시황 카피" (전고점/신고가/조정 등) 는 어떤 source 로 생성할까요?
Q14. 페이지 첫 진입 (landing) 을 어떻게 시작할까요? — 인사 후 시작 vs 즉시 첫 질문
Q15. 공유 받은 사람이 자기도 풀고 나면 — 결과 페이지에 "본인 + 친구" 두 카드 나란히 보여줄까요?
15개나 와서 처음엔 좀 흠칫했다.
근데 답하다 보니까 — 약간 나도 1도 생각 안 하고 있던 내용들이 오히려 많아서, 질문에 답을 하면서 점점 기획이 구체화되는 느낌이었다.
예를 들면 Q12 (본인 vs 방문자 페이지 분리) 나 Q15 (공유받은 사람이 풀면 본인 + 친구 비교 카드) 같은 거.
이건 질문 받기 전까지 내 머리에 아예 없던 결정이다.
그냥 시작했으면 — 본인이든 방문자든 같은 페이지로 짰을 거고, 한참 가서 “어 친구가 들어왔을 때는 다르게 보여줘야 하는데” 하면서 갈아엎고 있었을 거다.
15개 다 답하고 나니까 plan 이 거의 다 잡혔다.
근데 짜증날 때도 있다
15개 답하는 거, 처음엔 진짜 귀찮다. 빨리 코드 보고 싶은데 매번 객관식 5분씩 한다.
그리고 가끔 너무 깊게 판다. “사용자 1만 명 됐을 때 어떻게 스케일?” 같은 거. 지금 그게 안 중요한데 싶을 때 있다. 그럴 땐 “지금은 무관” 으로 통과시키면 되긴 한다.
그래도 — 사실 기획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라다.
마치며
결론은, grill-me는 신이다.
약간 창작의 고통을 그대로 견디기 vs 질문 몇 번으로 소설쓰기 이런 느낌이다.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