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미팅을...하자구요?
콩닥콩닥 첫 비즈니스 잉글리시 미팅
며칠 전, 또 샤워 도중에 괜찮은 데스크톱 앱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한창 MVP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의 파이프라인에 사용되는 특정 AI 툴이 있는데, 이왕 사업으로 단건 결제 받아서 수백 ~ 수천 건을 호출할 거면 API 요금을 조금 더 합리적으로 계약할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그 AI 회사에 메일을 보냈다.
나름 2달 전쯤에 그 회사 홈페이지의 결제 버그를 찾아서 리포트한 적이 있는데, 그때 담당자와 이미 몇 번 메일을 주고받은 사이라 이번에도 비교적 수월하게 연락할 수 있었다.
(솔직히 그 얘기를 좀 어필하고 싶었지만, 너무 저급한 거 같아서 참았다.)
아무튼, 담당자도 금방 답장을 보내왔다.
“짧게 콜 한번 하시죠. 볼륨이랑 램프업만 확인하면 될 것 같아요. 다음 주 월요일 어떠세요?”
콜이요…?
메일을 읽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나는 분명 요금 문의를 했을 뿐인데(그것도 뭐 내가 한 달에 수천만 원을 쓰겠다가 아니라 이제 시작할 건데 라이선스 문제는 있나요? 그냥 API보다 좋은 플랜은 없나요? 하면서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메일이었는데…) 어쩌다 국제 화상 미팅이 잡히게 생긴 거다.
고백하자면 나는 전화가 무섭다. 정확히는, 영어로 하는 비즈니스 콜이 무섭다.
그냥 일상 대화나 가벼운 소통은 뭐 못 알아 먹어도 아무런 부담이 없지만… 이건 영어 못한다고 허허… 웃으면서 얕보이면 그대로 대참사니까.
게다가 상대 말이 끝나기 전에 다음 대답을 준비해야 하는, 나름의 “협상” 자리 아닌가.
마지막으로 영어로 길게 말해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소통이야 어떻게든 되겠지만, 하도 오랜만이라 입이 안 떨어질 것 같았다.
잔머리
전화를 아예 안 하겠다고 하면 성의 없어 보일 것 같았다.
그렇다고 순수 음성 통화로 삼십 분을 버틸 자신도 없었다. 그래서 절충안을 냈다.
화상 미팅으로 하자고. 화면을 공유하면서 내가 만들고 있는 MVP를 직접 보여주겠다고.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화면으로 보여주는 게 서로 편할 거라고. 이건 반은 진심이고 반은 도피였다. 화면을 보여주는 동안엔 내가 말을 덜 해도 되니까.
그리고 하나 더 부탁했다. 중요한 숫자나 가격 얘기는 화상 미팅 채팅창에도 같이 적어달라고.
“제 영어가 좀 녹슬어서, 중요한 건 글로도 남기면 서로 놓치는 게 없을 것 같아요.”
사실 이건 내 살길이었지만, 그럴듯한 명분도 있었다. 숫자는 글로 남는 게 나중에 서로 좋으니까.
항상 보면 도망치면서도 그럴듯한 이유를 갖다 붙이는 데는 나름 재주가 있다.
그래서…?
당장 화상 미팅이 잡혀버렸다. 아니 잡아버렸다.
물론 혹자는 “그냥 단순한 가격 흥정 아님?”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내 의도는
1인 개발자니까… 이게 터지면 또 엄청납니다. 예.. 그니까 처음 몇 달은 좀 깎아줄 수 있어요..?
라고 물어보고 싶어서 미팅을 잡은 거다.
이제 준비를 해야 한다. 볼륨 숫자를 정리하고, 예상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적어두고, 혹시 몰라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몇 문장 써두려고 한다.
떨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그만큼 준비를 더 빡시게 해야겠지.
나는 1인 개발자로 혼자 개발하고, 혼자 운영하고, 혼자 마케팅하면서, 대부분의 일을 내 방 책상 앞에서 처리한다.
나는 단순히 “내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데… 이거 뭔가 생각보다 일이 조금씩 커진다.
주주도 그렇고 이번 건도 그렇고…
난 뭐,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이건 참 좋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어쨌건… 성장 중이니까 아직.
생각보다 별 거 없는 미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다음 주에 후기를 남기러 오겠다.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