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 제조 후기

개당 6000원이 갑자기 저렴해보여요...

Jun Noh

오늘은 개발 이야기말고 다른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한다.

하루 종일 새 프로젝트 기획한다고 딱히 공부한 것도 없기도 하고, 회사 일도… 뭐 심사 올린 거 밖에 없어서 쓸 게 딱히 생각나질 않는다.

대신, 오늘 점심에 와이프랑 같이 요즘 제일 핫하다는 디저트 두바이 쫀득 쿠키를 만든 과정과 후기를 공유해보려고 한다.

1개 6,000원이면, 혜자다 혜자.

나는 애초에 유행하는 디저트나 어딜 가면 꼭 먹어야 해! 하는 음식 같은 거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내가 아는 맛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고, 애초에 내 입맛이 그렇게 고급지질 않아서 앵간하면 뭘 맛 없게 먹지를 않는다. (기본만 한다면…)

그래서 이번에 두바이 쫀득 쿠키가 엄청 핫하다고 난리를 쳐도 그렇게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그런데 와이프가 이걸 너무 먹어보고 싶어해서, 한 번 찾아봤다.

1개에…6,000원???

아니 이건 좀… 심했다. 고작 “쿠키” 따위가 6,000원이라고?

아무리 카다이프가 비싸고, 피스타치오 스프레드가 구하기 힘들다고 해도.. 이건 납득이 안되는 가격이었다.

그래서 그냥 내가 한 번 만들어 보기로 했다.

만드려면 재료가 필요하니, 일단 쿠팡과 당근을 뒤졌는데…

피스타치오 스프레드가 200g에 40,000원, 카다이프가 500g에 22,000이었다.

둘이 합쳐 벌써 62,000원. 마시멜로우와 탈지분유, 화이트초콜릿까지 하니 70,000원을 훌쩍 넘겼다.

뭐 근데, 한 번 마음 먹었으면 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그냥 전진했다.

마음 먹었으면 손해라는 느낌이 들어도 가야지.

만드는 게 생각보다… 너무 빡세다…

일단 재료는 돈을 쓰니까… 준비가 됐다.

레시피도 몇 번 보니까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

대략적으로 그냥

  1. 카다이프를 버터에 볶고, 오븐에 구워 수분을 날린다.
  2.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구운 카다이프에 섞어서 쿠키에 넣을 속을 만들어주고 살짝 식힌다.
  3. 살짝 식히는 동안, 마시멜로우를 버터에 녹이고 탈지분유와 카카오 파우더 그리고 단맛이 적으면 화이트 초콜릿까지 넣고 쿠키 반죽? 비슷한 걸 만든다.
  4. 만든 반죽을 종이 호일에 두고 살짝 식힌 뒤 소분한다.
  5. 소분한 반죽을 얇게 펼쳐 쿠키 속을 넣고 둥글린다.
  6. 카카오 파우더를 뿌려 맛있게 먹는다.

이렇게 만들면 된다.

사실 어려워 보이는 구간이 하나도 없었다.

아주.. 물로 봤다.

일단 첫번째로, 피스타치오 스프레드가 너무 적었다. 레시피에 써 있는 필요 양이 200g이었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양도 200g 이었는데, 너무 질었는지, 성분이 달랐던건지… 유튜브에서 보던 그 질감이 안나오고 카다이프들이 잘 뭉쳐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건 뭐… 땅콩버터를 조금 넣고 랩으로 싸서 어떻게 어떻게 해결했다.

그리고 두번째는 반죽을 식히려고 종이 호일 위에 올려뒀는데.. 이게 떨어지질 않았다…ㅋㅋㅋㅋ 이건 내가 종이 호일 위에 반죽을 붓자마자 “이거 아닌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사실 이것까지도 뭐, 그냥 칼로 슥슥 떼고 손실을 어느 정도 감내하면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근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내가 테크닉이 부족한건지… 아니면 뭘 잘못 만들었는지, 반죽이 진짜 엄청나게 끈적거려서 손으로 도저히 뭘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버터를 바르니 이번엔 반죽끼리도 잘 붙질 않아서 안그래도 속이 응집력이 없는데, 자꾸만 반죽이 안붙는다고 눌러대니, 형태가 다 부숴져서 도저히 모양이 안나왔다.

그래서 도중에 몇개는 너무 열 받아서 다 부숴버리거나 입으로 가져갔다. ㅋㅋㅋ

안성재 셰프가 왜 망했는지 알겠다

만들면서 문득 안성재 유튜브 영상이 떠올랐다.

안선재 쉐프가 아이들이랑 두바이 쫀득 쿠키 만드는 영상이 있는데, 거기서 애들이 “유튜브 레시피대로 해야 해요!”라고 하는데도 “아빠가 요리사인데 그걸 믿어?” 라며 자기 감대로 하다가 결국 두바이 딱딱 강정을 연성하고 개 망해버린 그 에피소드.

오늘 내가 딱 그 짝이었다.

사실 와이프가 옆에서 계속 잔소리했었다.

“레시피에 탈지분유 꼭 넣으라는데?” “마시멜로 아무거나 쓰면 안 된대! 바베큐용은 잘 안 녹는대!”

근데 내가 누군가. 평생을 아, 대충 원리 알면 비슷하게 짜면 돌아가겠지라는 마인드로 코딩해 온 야매 개발자 아닌가.

“아, 무슨 소리야. 탈지분유나 프림이나 그게 그거지.” “마시멜로가 다 설탕 덩어린데 녹으면 똑같지! 상표가 뭐가 중요해!”

…라며 내 맘대로 라이브러리 교체하듯 재료를 바꿨다.

결과는? 안성재 형님이 옳았다. (정확히는 그 형님의 실패가 옳았다.)

베이킹은 코딩이랑 달랐다.

코딩은 얼렁뚱땅 짜도 결과만 나오면 장땡인 경우가 있는데, 베이킹은 정확한 화학 공식(Science)이었다.

내가 멋대로 튜닝한 재료들은 돌이킬 수 없는 딱딱함과 끈적임을 선사했다.

역시, Documentation 안 읽고 덤비면 나락 가는 건 개발이나 요리나 똑같다.

베이킹은 사먹는게… 무조건 싸다.

어찌저찌 다 만들고 보니까, 분명 재료를 소분하면서 아 이 정도면 그래도 20개는 만들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중간에 망쳐서 부수고 먹고 한 걸 빼니까 대략 못난이 포함해서 8개 정도 건졌다.

(진짜 무슨 만두랑 똑같이 생긴 것도 있다. 두바이 쫀득 만두..)

그럼 재료가 조금 남았다고 쳐도, 제일 비싼 스프레드는 다 썼으니 재료비 6만원 정도 잡으면, 하나에 7,500원 꼴이다.

원가 7,500원에 내 2시간의 노동력 + 가스비와 미친 수준의 설거지를 위한 물까지 하면 그냥 개당 8,000원 정도에 개 고생해서 먹은거다.

남들이 6,000원에 파는 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폭리가 아니라 자선사업 수준이었다…

그래서 맛있었나?

맛있었다.

뭐, 달달한 거 다 때려 넣었는데 맛이 없으면 안되지 않을까?? ㅋㅋㅋ

그냥 상상했던 그 맛 그대로다.

달달하고, 쫀득하고, 피스타치오 씹히는 고소한 맛. 한 번쯤 사 먹고 “음, 좋네” 할 맛.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결론: 그냥 한 두 달만 더 참다가 유행 다 끝나면 편의점에서 사 드시라.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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