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올해는 어떻게 살 것인가.

2026년을 맞이하며, 세워보는 1년의 거창한 계획표

Jun Noh

2026년의 로드맵

2026년 1월 1일.

결국 또 새해가 밝았다.

나이 먹는 건 참 얄짤없다.

작년 한 해는 나한테 단순한 ‘연차 쌓기’가 아니었다.

개발자로서의 자아가 완전히 뒤바뀐, 일종의 대가리 깨진 시기였다고나 할까.

특히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LLM들 성능 보면서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어설픈 코딩 실력? 이제 딸깍 한 번에 대체되는 시대다.

내가 회사에서 하던 루틴한 작업들, 그 지루한 CRUD 반복이나 문서 노가다 같은 건 AI가 나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게 뻔했다.

아니, 지금도 이미 나보다 잘한다. (인정하긴 싫지만 사실이다.)

“과연 나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개발자인가?”

이 질문 앞에 섰을 때, 단순히 남의 비즈니스 로직이나 구현하는 코드 작성기로 남아서는 답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AI를 도구로 부리면서 서비스의 전체 그림을 그리는 오케스트레이터가 되지 않으면 조만간 나락으로 가겠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그 위기감은 역설적으로 내 안에 잠자던 창작욕을 건드렸다.

남의 서비스 API 명세서나 보면서 레거시 코드랑 씨름할 때보다, 내 서비스의 DB 스키마 한 줄 짤 때 느끼는 도파민이 훨씬 컸으니까.

2025년의 퇴사 선언: 배수의 진을 치다

작년 말 정든 회사를 뒤로하고 ‘주 20시간 프리랜서’라는 독특한 계약으로 전환했다.

출근 10시간, 재택 10시간.

누군가는 수입의 절반을 포기하는 미친 짓이라 하겠지만, 나에게는 이 20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에너지를 ‘내 것’에 쏟아부을 수 있는 기회비용이 더 절실했다.

회사의 부품으로 소모되다가 유통기한 지나서 버려지기 전에, 내 손으로 직접 기획부터 빌드하고 배포, 운영 그리고 마켓팅까지 하는 근육을 키워야 했다.

안정적인 월급이 주는 안온함보다, 내 서비스가 시장에서 외면받을 때 느끼는 그 서늘한 공포가 나를 더 성장시킬 것이라 확신한다.

전략: 왜 ‘하나의 완벽’이 아니라 ‘여러 개’인가?

내 2026년 슬로건은 다작이다.

대박 터질 아이디어 하나에 인생을 거는 ‘올인’ 전략은 이제 안 한다.

기획만 하다가 오픈도 못 하고 폴더 속에서 썩어가는 ‘삽질’은 그 동안 수도 없이 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 실패의 자산화: 무관심 속에 서비스가 사라져도 상관없다. 그 과정에서 쌓인 유틸리티 함수, Terraform 모듈, K8s 설정값은 오롯이 내 실력으로 남는다.
  • 시행횟수의 법칙: 시장의 반응은 개발자가 예측할 수 없다. ‘딸깍’ 한 번에 대박이 날지, 밤샘 빡코딩에 쪽박을 찰지는 던져봐야 안다. 2026년에는 최대한 많이 던질 것이다.
  • 뻔뻔한 실행력: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올린다. 운영적 미숙함? 그것도 고치면서 배우면 그만이다. 아 몰라 정신이 중요하다.

1인 개발자의 생존 계획

한정된 시간을 단순히 ‘갈아 넣는’ 것으론 부족하다.

1인 개발자에게 가장 무서운 건 번아웃이 아니라 ‘방향 잃은 삽질’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간 최소 80시간의 가동 가용 시간을 [프리랜서 20h : 내 서비스 40h : 공부 및 기록 20h]의 비율로 고정하는 ‘생존 파이프라인’을 설계했다.

[Daily Routine: 유연하지만 단단한 하루의 흐름]

단순히 시간 단위로 쪼개기보다, 에너지 레벨에 맞춘 ‘작업 분배’가 핵심이다.

시간대활동 내용에너지 성격
06:30 - 07:30명상, 커피, 셀프 스탠드업기획: 하루의 우선순위 확정
07:30 - 08:30오전 빡집중 세션개발: 가장 맑은 정신으로 빡코딩
09:00 - 13:00프리랜서 업무생존: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 (독이 되면 관둘 거다.)
13:00 - 15:00점심, 운동, 휴식회복: 뇌 좀 식히는 시간
15:00 - 19:00내 서비스 집중 시간개발: 메인 프로젝트 작업
21:00 - 24:00공부, 기록, 블로그운영: 오늘 배운 것 정리 및 기록
  • 주말 모드: 내 서비스 개발 8시간, 기술 공부(SAA-C03, K8s 등) 8시간으로 50:50 밸런스를 유지한다. 주중엔 코드를 짜고, 주말엔 그 코드를 지탱할 인프라와 지식을 채운다.

물론, 위 계획표는 내가 지향하는 가장 ‘이상적인’ 가이드라인일 뿐이다. 기계처럼 1분 1초 딱딱 맞춰서 살겠다는 강박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걸 안다. 1인 개발자의 가장 큰 적은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바로 ‘번아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시간표를 완벽하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주간 단위로 설정한 최소 시간(업무 20h, 서비스 40h, 공부 20h)의 방어선을 지켜내는 것이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오전 작업을 오후로 밀 수도 있고, 와이프와 특별한 일정이 있다면 주말 분량을 평일 밤으로 땡길 수도 있다.

타이트하게 가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타협하는 것, 그 적절한 텐션 조절이 2026년 마라톤을 완주할 내 핵심 전략이다.

[기술 스택: 단순 스펙이 아닌 ‘딸깍’을 위한 무기]

내가 AWS, Terraform, Kubernetes에 집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서비스가 여러 개로 늘어났을 때, 인프라를 일일이 콘솔에서 만지는 건 자살 행위다.

코드 한 줄로 인프라를 밀고 다시 세우는 IaC(Infrastructure as Code) 환경이 구축되어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기존 템플릿을 복사해서 ‘딸깍’ 하고 바로 서비스를 띄울 수 있다. 나에게 이 기술들은 ‘공부 대상’이기 전에, 1인 기업을 자동화하고,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 도구다.

[기록: 365일 연속 포스팅이라는 무모한 약속]

올해 가장 거창하고도 무서운 목표는 365일 무중단 블로그 포스팅이다.

기술적인 고찰이든, 삽질의 기록이든, 아니면 오늘 하루의 반성이든 상관없다.

매일 기록한다는 것은 내 엔진이 꺼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날것 그대로의 경험을 매일 공유하며 기록이 곧 나의 자산임을 증명해 보이겠다.

2026년 말의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

지금의 이 패기가 연말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스스로에게 딱 세 가지만 약속한다.

  1. 1일 1글: 기술적 삽질이든 일기든 무조건 기록한다.

  2. 셀프 스탠드업: 매일 아침 거울 보며 오늘 할 일 딱 3가지만 정한다.

  3. 멈추지 않기: 하나 망했다고 좌절하지 마라. 바로 다음 거 만들면 된다.

2026년 12월 31일, 내가 다시 취업을 준비하든 이 생활을 계속하든 상관없다.

그냥 “작년의 나는 참 치열했다”라고 웃으면서 후회 없이 말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다.

그것 자체로도 나는 많은 성장을 이뤄냈을테니까…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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