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3, 기다린 가치가 있었나? Yes.

영화의 영상미가 가지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고마운 영화

Jun Noh

작업을 어느 정도 마치고, 오늘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바타3를 보러 가는 날이라 들뜬 마음으로 영화관으로 향했다.

중학생 때였나? 아바타가 처음 나왔을 때의 그… 충격은 진짜 어마어마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진짜 그 당시에 비교할 수 있는 게 없을만큼 사실적인 움직임, 그리고 실제로 존재하는 캐릭터와 같았던 표정 묘사까지. “와 CG기술이 정말 많이 발전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근데 아바타2가 3년 전에 개봉하고 보러간 내가 처음 한 생각은 “아, 판도라 행성은 실존하고 어찌저찌 가서 진짜 찍고 왔구나” 였다.

그냥… 말이 안됐다.

캐릭터가 물에 들어갔다 나오는데, 그 얼굴에 묻어있는 물기가 흘러 내려가면서 얼굴이 움직이고, 물의 튀김이나 물 속에서의 빛의 굴절… 이게.. 현실이 아니라고 하기엔 진짜 말이 안됐다.

정말로 아바타2를 보는 내내 난 이게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허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건 외계인의 기술이거나, 외계인을 진짜 찍은거다.

13년의 존버? 이건 ‘렌더링’이 아니라 ‘신세계를 창조’한 거다

아바타 1 보고 2 나오기까지 13년… 솔직히 기다리다 지쳤었다. 솔직히 기대도 안했고, 어설프게 나올거면 안나오길 바랬다.

근데 이번 3편까지 보고 나니 확신이 들었다. 제임스 카메론이 그냥 돈 떨어지니 부랴부랴 만든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기술이 자기 머릿속을 따라올 때까지 그냥 기다릴 수 밖에 없었던거다.

아바타 1의 혁신 (2009): 당시엔 Virtual Camera랑 Simulcam이 전부였다. 감독이 텅 빈 세트에서 카메라를 들면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판도라가 ‘딸깍’ 합성되는 수준. 그땐 그것만으로도 광학식 모션 캡처(Optical Mocap)의 정점이라고 TV만 틀면 앞에 카메라를 단 배우들이 움직이는 장면이 나왔었다.

왜 13년이나 걸렸나?: 문제는 ‘물’이었다. 기존 캡처 방식은 물속에 들어가는 순간 빛의 굴절 때문에 데이터가 다 깨져버린다. 이걸 해결하려고 카메론은 수중 전용 캡처 시스템을 아예 새로 설계했다. 수조 위에 핑퐁 공을 띄워 빛 반사를 잡고, 배우들은 숨 참으며 생노가다 연기를 한 거다.

아바타 2 & 3의 초격차: 이제는 단순히 캡처를 넘어 Neural Facial Tech를 쓴다. 배우 표정 근육의 움직임을 머신러닝으로 학습시켜서 나비족 모델링에 그대로 매핑하는 거지.

여기에 Subsurface Scattering (피부 투과 효과) 디테일이 미쳤다. 햇빛이 나비족 귀를 통과할 때 그 붉은 혈관 느낌… 이건 렌더링이 아니라 그냥 실사다.

이걸 처리하려고 Exabyte 단위의 스토리지를 돌리고 분산 컴퓨팅으로… 그냥 여기까지만 하자. 머리 아프다.

아무튼

하드웨어가 카메론의 비전을 따라잡기까지 딱 13년이 걸린 셈이다.


각본: 완벽한 빌드업과 세대교체, 그리고 조금은 아쉬운 ‘재의 부족’

자, 이제 좀 각본 이야기를 해보자.

커뮤니티 보면 스토리가 뻔하다고 까는 사람들 있는데, 난 좀 다르게 본다.

성공적인 세대교체: 2편에서 지루할 정도로 공들였던 아이들의 서사가 이번에 제대로 빛을 발했다. 특히 말썽꾸러기 둘째 로아크가 드디어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는 장면이라던가 키리의 각성과 같은 소재는 관객을 설득할만한 빌드업이 없으면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인데, 2에서 빌드업이 너무나 완벽해서 충분히 설득이 됐다. 이제 제이크 설리는 은퇴해도 남은 시리즈를 재밌게 보러가서 후세대의 캐릭터에게 몰입이 가능할 정도다.

스파이더: 특히 나는 스파이더라는 캐릭터를 정말 기가 막히게 썼다고 생각한다. 얘는 이 영화의 서사적 긴장감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Critical Path] 역할을 한다.

  • 뻔한 권선징악을 비트는 ‘Trigger’: 단순히 ‘인간 vs 나비족’의 이진법적 대립으로 흘러갈 수 있는 구조를 스파이더라는 존재가 완전히 뒤흔들어 놓는다.

  • 네이티리(Neytiri)의 증오: 네이티리에게 스파이더는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 ‘인간에 대한 증오’의 실체다. 가족으로 받아들였지만 끝내 거부하고 싶은 그 복잡한 마음을 자극하는 아주 날카로운 지점이다.

  • 쿼리치(Quaritch)의 정체성: 쿼리치 대령에게 스파이더는 자신의 인간성이 남아있는 유일한 통로이자, 나비족으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고민하게 만드는 [Logic Error] 같은 존재다.

  • 제이크(Jake)의 고뇌: 제이크에게는 종(Species)의 경계를 넘어 가족을 지켜야 하는 리더로서의 무게를 시험하는 가장 큰 변수이기도 하다.

영화 전반을 넘나드는 이 작은 인간이 정말 자칫 사람들이 말하는 아주 뻔한 권선징악 스토리를 너무나 맛있게 만드는 거 같아서, 보는 내내 감탄을 했다.

결국 스파이더는 카메론이 설계한 이 거대한 세계관에서 ‘감정의 스파크’를 일으키는 가장 영리한 장치인 셈이다. 아마 4편부터는 이 녀석을 중심으로 우리가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거다.


근데 문제는 여기서 터진다. 그렇게 기대하게 만들었던 [재의 부족]… 이건 진짜 좀 너무했다.

나비족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줄 것처럼 폼은 다 잡아놓고, 결국은 쿼리치 대령의 [용병 1~10] 정도로 소모되고 끝났다.

비주얼은 역대급으로 간지 나는데, 서사적 비중은 거의 [Asset Reuse] 수준으로 느껴져서 진짜 아쉬웠다.

빌런으로서의 입체감이 훨씬 더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말 잘 듣는 무력 집단’으로 끝난 느낌?

혹은 쿼리치만의 “네이티리” 라던가 ㅋㅋㅋ 뭐 바랑은 그나마 입체적이었는데, 그 서사가 좀 부족한 느낌이다. (물론 러닝 타임의 압박이 있었겠지만..)


결론: 그래도 카메론은 카메론이다

기술적으로는 깔 게 없다.

특히 이번 3편의 연출과 영상미는… 영화 보고 나오면 현실 세상 그래픽이 낮아 보이는 부작용이 생길 정도다.

각본에서 재의 부족을 좀 소모품처럼 쓴 건 뼈아픈 실수 같지만, 그걸 덮을 만큼 아이들의 성장과 판도라의 확장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컸다.

결국 이 영화는 기술이 서사를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거대한 실험실 같다.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사람은 판도라에 가서 찍고 돌아온 게 맞다.

하… 그나저나 다음 편은 또 몇 년을 기다려야 하나.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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