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을 마무리하며

새해를 하루 앞둔 25년의 마지막 날, 다사다난했던 25년을 돌아보며

Jun Noh

나는 늘 1월 1일 오전에 커피를 마시면서 신년의 계획과 작년의 반성을 좀 하곤 한다.

이제 새해를 하루 앞두고, 25년을 정리하는 마음에 메모장을 켰는데, 문득 작년 오늘 적은 **24년을 돌아보며.md” 파일을 발견했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생 최대로 바쁘고, 인생 최대로 소비를 많이한… 그런 1년이 지나갔다.

24년 신년 계획을 호기롭게 짜던 그 순간에 했던 다짐들과 세웠던 목표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상반기는 그래도 운동과 개발을 병행하면서 나름의 규칙을 잘 지켜나갔다고 생각이 드는데 하반기, 특히 이사 준비를 시작하면서부터 ? 아니면 웨딩 촬영이 끝난 뒤부터 였는지도 모른다.

10월 말 즈음부터 몸과 마음이 너무 헤이해진 거 같다. 순항 중이던 행복 주식 어플도 마무리를 앞두고 개발에 아예 손을 안댔으며, 운동 또한 살을 많이 뺐다고 계속 합리화하면서 미뤄왔다.

항상 일과 자기 개발, 건강과 인간 관계 등 모든 것을 챙기려고 열심히 노력은 했던 거 같은데… 참 다 뭔가 애매~ 하게 끝이 난 거 같다.

반성할 것이 참 많지만, 그래도 한 가지 수확이 있었다면, 덕구라는 새 가족이 생겼고 그나마 덕구가 이제는 집에 적응을 완전히 잘 끝냈다는 것. 그리고 웨딩 촬영을 비롯한 결혼 준비와 신혼 집 꾸미기가 굉장히 순항했다는 것이다.

최소한, 나쁜 일은 하나도 없었던 1년이라는 생각이 든다.

돌아보니 후회 뿐이지만, 후회를 발판 삼아 25년에는 더 실천하고 목표한 바를 전부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되지 않겠는가?

기술사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긴만큼, 25년에는 24년에 헤이했던만큼 더 열심히 달려보자.

(그렇지 않으면 행복한 신혼 생활, 자격증을 모두 놓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24년을 돌아보며, 반성도 하고 새 계획과 각오를 다지던 글이었는데 기술사는 딱 진짜 맛만 보고 왔고, 아직은 때가 아닌 거 같아서 놓았다. 그리고 여전히 난…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매년 똑같은 후회에 굴레에 있지만 그래도 25년도 꽤나… 성과가 있는 1년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상반기는 그래도 꽤나 계획대로 흘러갔다.

연초에 시작한 모바일 청접장도 성공적으로 만들어, 지인들의 꽤나 좋은 반응도 얻었고 실패작이라고 하지만 간단한 서비스도 꽤나 많이 올리면서 서비스 개발에 대한 A to Z을 몇 번이나 반복하며 경험도 많이 쌓았다.

개인적으로는 결혼식도 잘 끝냈고, 신혼 여행도 무탈하게 다녀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꽤나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하반기에는 회사 일이 정말 정신 없었다.

26년 1월에 런칭을 앞두고 정말 쉼 없이 달려왔다.

그 과정에서 갑자기 Babple을 시작하게 됐고, 커서나 클로드 같은 놈들이 내 프로젝트를 통째로 읽고 코드를 짜는 걸 보면서, 내가 밤새워 공부한 ‘기술 지식’들이 가성비 최악의 투자가 됐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 개발자 인생 가장 큰 결심을 하게 된다.

퇴사

그 결심은 바로 퇴사였다.

남의 서비스 런칭해주느라 내 시간, 내 에너지를 갈아넣는 게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느껴지기도 했고… 지금 안하면 앞으로 쏟아져 나올 개발 유목민들과 경쟁이 안될 거 같았다.

근데 웃긴건,

퇴사 통보를 하고 내 서비스를 런칭하고 운영할 계획을 세우면서, 나는 최근 2년 동안 학습한 것보다 훨씬 많은 걸 단 한 달 동안 배우고 습득했다.

진짜 내 거를 한다는 동기부여는 무섭다.

AI 오케스트라가 뭔지, 이걸 어떻게 자동화해서 서비스에 녹여내는지, 그리고 [Astro]로 정적 페이지는 또 어떻게 뽑아내는지… 예전 같았으면 “언젠가 공부해야지” 하고 미뤘을 것들을 단 며칠 만에 대가리 박아가며 끝냈다.

개인사업자 등록부터 내 서비스를 스토어에 올리는 법, 서버 인프라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구성해야 하는지, 그리고 혹시 모를 대박(혹은 공격)에 대비한 부하 테스트까지.

내 것에 집중하니 동기 부여의 차원이 달랐고, 성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25년 연초에 세운 목표들을 전부 달성하진 못했지만, 이 ‘각성’의 시간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

2026년을 맞이하며

이제 다시 신발 끈을 꽉 조여 매려 한다. 다가오는 26년은 이전과는 조금 다른 밀도의 시간이 될 것이다.

첫째, 내가 만든 서비스로 유의미한 돈을 벌어볼 생각이다. 당장의 금액이나 적자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온전히 내 힘으로 가치를 만들고 그에 따른 보상을 얻는 경험 자체가 나에겐 가장 절실하다.

둘째, 기술의 파도에 먹히는 것이 아니라 AI를 능숙하게 부려 가치를 창출하는 진짜 1인 개발자가 되고자 한다.

도구는 도구일 뿐, 그것을 어떻게 오케스트레이션하여 사용자에게 닿게 할지는 결국 나의 몫이다.

셋째, 작년의 나보다 조금 더 뻔뻔하고 열정적으로 내 길을 걸어가겠다. 남들의 시선이나 정답이라 불리는 길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묵묵히 나아가려 한다.

당장 내일부터라도 스스로와의 약속을 실천할 계획이다.

기술 블로그에 1일 1글을 기록하며 배움을 나누고, 매일 아침 셀프 스탠드업 미팅을 통해 나태해지려는 루틴을 다잡으려 한다.

(세세한 계획은 다음 글에서 정리하겠지만, 일단 몸부터 움직이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뭐, 이러다 잘 안 되면 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겠지만… ㅋㅋ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최소 30배 정도는 더 단단하게 성장한 상태일 거라 확신한다.

25년의 아쉬움은 오늘 밤까지만 남겨두고, 내일부터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지.

마침.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