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owFlowSoft.com/blog 기술 블로그를 열다: 왜 굳이 서버비를 내는가?

열심히 삽질하며 작성한 정든 티스토리를 떠나며...

Jun Noh

SlowFlowSoft.com 블로그를 열며

지난 몇 년간 티스토리에 열심히 뻘글을 써댔다.

글 500개. 솔직히 말하면 거기만큼 편한 곳도 없다.

서버비 안 나가지, 에디터 대충 써도 글 잘 올라가지, 스킨 적당한 거 고르면 그럴싸하지.

개발자가 글 쓰는 데 그보다 좋은 ‘무료’ 쉼터가 어디 있나 싶다.

그런데 ‘내 서비스’를 만드는 1인 사업자 명함을 파고 나니까, 그 좋던 티스토리가 묘하게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폼’이 안 난다.

너무 겉멋인가? 근데 이게 맞다.

혼자 무언갈 해보려고 나왔으면, 폼이라도 나야지. ㅋㅋ

클라이언트나 고객한테 나 이런 서비스 만들어요! 기술 스택 많고, 경험도 많아요! 해놓고 정작 내 기술 블로그 링크가 tistory.com에 기본 스킨이면…

내가 봐도 이 새끼 뭐하는 놈이지? 할 거 같다.

그래서 이사했다.

남의 집 셋방살이 청산하고, 대출(물론 기술적 대출) 좀 껴서 내 집 지으러 왔다.

1. “남의 땅” 말고 “내 땅”이 필요했다

티스토리 쓸 때 제일 거슬렸던 게 뭐냐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붙는 광고나 플랫폼 정책 변화였다.

물론 공짜로 쓰니까 감수해야 하는 건 맞는데, 그래도 이름 걸고 나온 입장에서는 이게 리스크다.

내 서비스의 톤앤매너를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건, 1인 개발자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도 하고.

SlowFlowSoft 도메인 아래에 블로그를 둔 건, 단순히 “멋있어 보이려고”가 아니다.

이 블로그 자체가 내 서비스의 기술적 쇼케이스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사람 블로그 보니까 사이트가 엄청 빠르네? 최적화 좀 할 줄 아네?”

이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기술 스택도 Astro로 갈아탔다.

정적 사이트라 속도는 미쳤고,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대로 뜯어고칠 수 있으니까. (물론 그만큼 세팅하느라 삽질은 좀 했다. 그건 다른 글로 풀기로 하고.)

2. How가 아니라 Why를 남기려고

티스토리에는 주로 “이거 에러 났는데 이렇게 고침” 식의 글을 썼다.

근데 이제는 그런 건 그냥 AI 프롬프트 딸깍이면 나온다. (뭐, 다른 것도 이젠 다 AI 딸깍이지만…)

여기엔 좀 다른 걸 적고 싶다.

“왜 이 기술을 썼는가?”, “왜 이 기능을 버렸는가?” 같은 의사결정의 기록들.

혼자 프로젝트를 한 두개 하다 보니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선택의 기로에 선다.

서버 비용 줄이려고 성능을 타협할지, 사용자 경험을 위해 돈을 더 태울지…

나중에 돌아봤을 때 “아, 그때 내가 돈 아까워서 이따위로 짰구나” 혹은 “이건 진짜 신의 한 수였네”라고 복기할 수 있는 일지 같은 느낌으로 가보려 한다.

3.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려니 정신없어서 만든 ‘페르소나’

그리고 블로그 카테고리를 좀 특이하게 짰다. PL(팀장), Worker(개발자), Student(학생), Human(그냥 나).

뭐 그냥 23 아이덴티티 놀이하려는 건 아니고… 혼자 일하는 사람들은 알 거다.

기획하다가 -> 코딩하다가 -> 마케팅하다가 -> 공부하다 보면 뇌가 과부하 걸린다.

“나 지금 뭐하려고 했냐” 싶은 순간이 꼭 온다.

그래서 글 쓸 때만이라도 가면을 바꿔 끼기로 했다.

  • PL: 서비스와 비즈니스만 생각한다. 이거 된다. 안된다. 되게 만드려면 뭘 해야할까?
  • Worker: 코드 짠 거, 삽질한 거, 감정 빼고 기술적인 해결책만 적는다.
  • Student: 그냥 공부한 거, 공부할 거 정리한 거 이것 저것 적는다. 1년차 개발자의 마음으로
  • Human: 그냥 내가 갑자기 생각한 개 쓰잘떼기 없는 똥글이나, 맛집이나, 술이나.. 내가 좋아하는 거 적을거다.

이렇게라도 스위치를 안 나누면, 일과 삶이 뒤섞여서 금방 지쳐 떨어질 것 같더라. 일종의 정신줄 잡기 위한 장치라고 봐주면 좋겠다.

마치며

솔직히 말하면, 매달 나가는 서버비랑 도메인 비용… 아직 수익도 없는데 아깝긴 하다.

그냥 티스토리 계속 쓸 걸 그랬나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내 브랜드를 갖는다는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눈 딱 감고 결제했다.

이제 판은 벌렸고, 서버비 뽕 뽑으려면 열심히 굴러야지.

앞으로 이곳에 올라올 글들은, 우아한 성공담보다는 열정만 많은 머리 나쁜 놈의 보조 기억 장치에 가까울 거다.

그래도 뭐, 안하는 것보단 낫겠지.

마침. (티스토리 때는 “끝!” 으로 항상 마무리했는데, 이제 “으른” 이니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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