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이라는 이름의 지옥
Rive는 왜 Auto rigging을 지원해주지 않는걸까..?
지난 30일부터 어제까지, 또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못했다.
“통합 테스트 진행”, “가족 약속”, “결혼식” 등등 말 같지도 않은 핑계들이야 있었지만, 사실은 3일 동안 Rive라는 이름의 지옥에 빠져있었다.
이제 zuzoo App도 통합 테스트 단계이고, 곧 서버를 셋팅해서 알파를 준비해야 하는데, 준비된 캐릭터 에셋은 너무 적고 볼품 없었다.
그래서 내가 다시 캐릭터 애니메이션 에셋을 만들려고 이리저리 해보다가, 어떻게 좀 편하고 기깔나게 할 수는 없을까? 하고 방법을 좀 찾아보며 삽질을 좀 했다.
코드인데 왜 자동화가 안 돼?
금요일에는 아예 날을 잡고 리서치만 했다.
‘아니, Rive는 결국 JSON이나 코드로 뽑히는 데이터 구조잖아? 그럼 코드를 잘 짜는 AI가 애니메이션도 뚝딱 만들어줘야 하는 거 아냐?’
라는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cursor나 Claude에게 Rive 코드를 던져주고 동작을 만들어달라고 해보기도 하고, 해외 포럼을 뒤지며 자동화 플로우를 설계해 봤다.
하지만 결론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파고보니 이유가 명확했다. Rive는 단순한 이미지나 동영상이 아니니까.
삽질의 기록
1. After Effect에서 Rive까지, ‘희망 고문’의 루프
가장 먼저 시도한 건 익숙한 방식이었다.
Flow로 영상을 뽑고 AE에서 만진 뒤 Lottie를 거쳐 Rive로 변환하는 것.
이론적으론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뭐, 사실 이건 근본적으로는 동영상 프레임 하나하나를 고대로 lottie로 변환만 한 것이지 벡터고 뭐고 없었다.
당연히 런타임 메모리는 치솟았다.
결정적으로, 캐릭터 옷 하나 갈아입힐 때마다 이 짓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바로 리스트에서 지웠다.
이건 개발이 아니라 노가다였다.
2. 아, 그냥… 뺄까?
답이 안 나오니 극단적인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그냥 Zuzoo에서 캐릭터랑 애니메이션을 싹 다 빼버릴까?”
앱의 아이덴티티를 내 손으로 죽이겠다는 발상이었다.
아무리… 캐릭터가 2개 밖에 없어도 이건 포기하면 안되는 부분이었다.
3. 프롬프트 늪
오케이, 리깅이 자동화가 안된다면, 파츠를 분절하고 리터칭 하는 것만 시켜보자 생각을하고 Nano Banana에 프롬프트를 쏟아부었다.
100개가 넘는 프롬프트를 넣었지만, 단 한 장도 쓸만한 게 나오지 않았다.
너… 잘 하잖아…왜 파츠를 나눠달라니까 팔을 4개씩 만드는건데…
4. 외주 시장의 절벽과 배신
결국 돈으로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국내에 Rive를 제대로 다루는 사람 자체가 없었다.
해외 프로젝트는 1인 개발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견적을 불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크몽에서 분절/리터칭 업체를 썼다.
3일을 기다려 받은 결과물은 내가 대충 발로 그린 것보다 못했다.
Rive를 가르쳐서라도 써보려 했지만, 그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
외주도 안되니, 결국은 내가 한땀한땀 해야한다는 생각에 진짜 우울증 걸릴 거 같았다.
예기치 못한 구원: Rive AI 에이전트
낙담한 채 습관적으로 Rive 앱을 켰다.
원래는 그냥 무시하는 업데이트 알림이지만, 왜인지 모르게 클릭하고 멍하니 기다렸다.
그런데 업데이트를 하니, 에디터 구석에 못 보던 아이콘이 있었다.
AI 에이전트. 탭이 생겼다…
…어?
이거 혹시… 되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공통 뼈대(Rigging)를 잡아주고 동작을 요청했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화면만 바라봤다.
AI 에디터가 바쁘게 움직이더니, 정말 애니메이션을 뚝딱 만들었다.
퀄리티가 예술적인 수준은 아니다.
여전히 메시나 뼈를 생성하거나 구체적인 제약조건을 걸지는 못한다.
이 셋팅은 내가 해야한다.
하지만 초기 키 프레임 세팅’과 ‘기본적인 움직임을 잡아준다는 것 자체가 혁명이다.
0에서 1을 만드는 그 고통스러운 구간을 로봇이 대신해주고 있었다.
- 비용: 토큰 기반이라서 대충 동작 10개에 약 10달러정도 나가는 거 같다. 그냥 AI 코드 에디터를 생각하면 비싸다.
- 하지만: 사람을 쓰면 캐릭터 하나에 20만 원은 우습게 나간다. 게다가 피드백 주고받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이건 그냥 공짜나 다름없다.
5배의 생산성
결과는 수치로 증명됐다.
예전 같으면 캐릭터 하나에 동작 5개를 뽑으려면 이틀 내내 삽질해야 했다.
오늘은 하루 만에 캐릭터 3개의 동작을 다 뽑았다.
구현 시간이 5배는 단축됐다.
3일간 구르고 깨지며 얻은 결론은 허무하게도 “도구를 잘 써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그 허무함보다 다시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마침.
(이래서 다들 공장에서 로봇을 쓰나 보다.)